시간을 걷는 길에서 만난 800년의 비밀
모든 것은 돌길에서 시작됐다.
리장의 돌바닥은 800년을 견뎠다. 그리고, 지금 내 발밑에 있다.
바람은 낮게 불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리장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이곳은 시간을 걷는 길이다.

리장 고성: 세계문화유산에 숨은 모계사회의 비밀
리장 고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다.
나시족.
이 땅에 뿌리내린 소수민족은 지금도 모계사회로 살아간다.
여인들은 강했다.
남자는 흐름이었다.
모계의 질서는 운하처럼 고요하고, 돌길처럼 단단했다.
좁고 미로 같은 골목길.
물을 머금은 운하.
붉은 등이 스쳐 가는 밤.
리장 고성은 살아 있었다.
리장의 밤: 빛으로 살아나는 고성
밤이 오면 리장은 변한다.
돌바닥은 조명에 젖고, 운하는 빛을 토한다.
붉은 등불 아래 나시족의 음악이 울리고,
골목마다 술기운 어린 여행자들이 스쳐 간다.
이곳의 밤은 꿈 같다.
그러나 꿈은 아니다.
이곳은 현실이다.
단지, 너무 아름다울 뿐이다.

옥룡설산: 하늘을 찢는 만년설의 위엄
북쪽을 보면, 옥룡설산이 서 있다.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해발 4,680미터에 오르면,
공기는 얇고, 숨은 가쁘다.
하지만 그만큼 시야는 맑다.
태양이 솟을 때,
옥룡설산은 불타는 듯 붉게 변한다.
그 광경은 영원히 각인된다.
인간이 만든 어떤 작품도, 이 경이를 넘을 수 없다.
호도협 트레킹: 죽음과 마주한 길
호도협.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
이곳은 자연의 힘이 얼마나 거센지,
어떤 오만도 짓밟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장강은 길을 가른다.
거친 물살은,
그 옆을 걷는 나를 끝없이 시험했다.
여기서는 선택해야 한다.
도망칠 것인가,
직면할 것인가.
수허고성과 바이샤 마을: 잊힌 시간을 만나다
수허고성은 리장의 오래된 동생 같다.
더 조용하고, 더 깊다.
상인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이 뛰노는 골목.
바이샤 마을은 한때 리장의 중심이었다.
이곳 벽에는 고대의 벽화가 남아 있다.
기억되지 않은 시간,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시간.
리장의 미식: 땅과 사람이 빚은 맛
리장은 먹는 것도 다르다.
병아리콩 젤리,
야생버섯 요리,
그리고 따끈하게 구워낸 리장바바.
이 음식들은 이곳의 자연에서 태어났다.
가식이 없고, 속임수도 없다.
먹는 것마저도 이곳은 진짜다.
2025년 리장 여행, 여전히 살아 있는 역사
2025년 현재, 리장은 변함없다.
기술도, 현대도 이곳을 삼키지 못했다.
돌길은 그대로, 운하는 그대로, 사람들의 웃음도 그대로.
리장은 시간을 품는다.
그리고,
그 품 안에서 여행자는 묻는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리장은 답하지 않는다.
대신, 걸어가게 한다.